초등학생부터 중학생 때까지만해도 그때까지 나온 스님의 수필집을 거의 다 모으고 몇 번이나 읽었던 애독자였는데, 속세를 뜨셨다니 새삼 쓸쓸한 느낌이 든다. 하지만 살아오신대로 가실 때도 가볍게 가셨으리라 믿는다.
어렸을 때 읽었던 수필집 중에는 세로쓰기로 나온 것도 몇 권 있었다.
당시 범우사는 지금의 통신판매 멤버십 제도 비슷한 걸 운영했는데, 거기에 아주 소액만 내고 가입하면 예전(70년대)에 출간된 문고판 책들을 권당 350원인가에 살 수 있었다.
그렇게 읽었던 책이 <서 있는 사람들> <버리고 떠나기> <무소유> 같은 책들이고, 나중에 <물소리 바람소리> <산방한담> 같은 책들은 가로쓰기로 읽었다.
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, <서 있는 사람들> 같은 오래 전 책들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. 암울한 시대를 사는 구도자로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비교적 날카로운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기억된다.
하지만 그 이후 나온 책들은 문체는 더욱 미려해졌지만 내용은 산사에서 조용히 지내는 소회를 다룬 것들이 대부분이었다. 고등학교에 올라간 이후 스님의 수필집을 더이상 찾지 않게 됐던 이유다. 정치적인 색깔이 거의 없어지면서 오히려 팬들이 더 늘어났던 것 같지만...
<무소유>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그때가 그립다.
모두가 돈, 돈, 돈... 돈에 미쳐 있다.
가끔, 구역질이 날 때가 있다.
Posted by 펄